산책을 하다가 드디어 강아지가 볼일을 보려는 것 같은데…
한 바퀴.
두 바퀴.
또 한 바퀴.
“아니, 그냥 싸면 안 되는 거야?”
보호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지만, 강아지에게는 나름대로 ‘완벽한 화장실 자리’를 찾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아지가 배변 전에 빙글빙글 도는 행동은 대부분 정상적인 배변 습관입니다. 정확한 이유가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행동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American Kennel Club
1. “여기가 괜찮은 자리인가?” 장소 점검 중
강아지는 아무 곳에서나 바로 엉덩이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를 맡고 주변을 돌면서
- 풀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 바닥이 불편하지 않은지
- 다른 동물의 냄새가 있는지
- 주변이 안전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변할 때는 평소보다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강아지 입장에서는 꽤 무방비한 순간입니다.
몇 바퀴 돌면서 주변을 살피는 행동이 안전한 장소를 선택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American Kennel Club
2. 풀을 눌러 ‘화장실 자리’를 만드는 행동
야외에서는 풀이 길거나 바닥이 울퉁불퉁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빙글빙글 돌면서 발로 밟으면 풀이 눌리고 바닥이 조금 정리됩니다.
쉽게 말하면,
“잠깐만, 화장실 자리 좀 정리하고…”
하는 셈입니다.
강아지가 잠자리에 들기 전 쿠션이나 담요 위를 빙빙 도는 행동과 비슷한 오래된 본능의 흔적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American Kennel Club
3. 냄새로 다른 강아지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강아지에게 배변은 단순히 몸속 노폐물을 버리는 행동만은 아닙니다.
개의 발바닥 주변에는 냄새를 남기는 분비샘이 있고, 배변 전후 땅을 밟거나 긁는 행동은 자신의 냄새 정보를 주변에 남기는 행동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American Kennel Club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도대체 왜 저렇게 오래 돌아?”
싶지만 강아지에게는 일종의 SNS 체크인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나 오늘 여기 다녀감.”
정도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습니다.
4. 걷고 돌면서 장운동을 돕는 경우도
산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배변하지 않고 한참 걷다가 볼일을 보는 강아지도 많습니다.
움직임은 장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걷고 빙글빙글 도는 과정에서 배변하기 편한 상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계속 돌기만 하면서 힘을 주는데 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단순 습관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AKC 역시 반복적으로 돌거나 힘을 주는 행동이 변비 등 불편함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merican Kennel Club
그런데 정말 ‘지구 자기장’을 맞추는 걸까?
강아지 배변 행동에는 꽤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2013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지구 자기장이 비교적 안정된 조건에서 개들이 배변할 때 몸을 남북 방향으로 정렬하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SpringerLink
그래서 한때
“강아지가 똥 싸기 전에 빙글빙글 도는 것은 북쪽을 찾는 행동이다!”
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연구가 강아지가 북쪽을 찾기 위해 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특정 조건에서 몸 방향의 통계적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며, 배변 전 회전 행동의 원인이 자기장이라고 확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러니 재미있는 연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몇 바퀴 정도 돌면 정상일까요?
정해진 숫자는 없습니다.
한두 바퀴 돌고 바로 배변하는 강아지도 있고, 한참 냄새를 맡고 자리를 몇 번 바꾸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평소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편하게 배변한다면 대부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갑자기:
- 계속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변을 못 봄
- 여러 번 쪼그려 앉지만 변이 거의 나오지 않음
- 배변하면서 낑낑거리거나 아파함
- 혈변이 보임
- 배가 팽팽하거나 식욕이 떨어짐
- 배변과 관계없이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빙빙 돎
같은 변화가 있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배변과 관계없는 반복적인 회전 행동이 갑자기 생겼다면 통증이나 신경학적 문제 등 다른 원인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PetMD
결국 강아지는 ‘완벽한 화장실’을 찾는 중
강아지가 똥을 싸기 전에 빙글빙글 돈다고 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자리 확인 → 냄새 탐색 → 주변 안전 확인 → 자세 잡기 → 배변
이라는 강아지만의 작은 의식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다음 산책에서 강아지가 또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면,
“또 시작했네…”
보다는
“오늘 화장실 자리 선정이 꽤 까다롭군.”
하고 잠시 기다려주세요.
강아지에게도 마음에 드는 화장실은 중요한가 봅니다.